너무나 피곤한 120x의 삶
작년 9월, 노정석/최승준님의 팟캐스트 <EP 67. AI와 노동의 미래>를 보며 이런 글을 썼습니다.

노정석님의 1x, 10x, 100x Employee 에 대한 (2025년 9월 시점의) 정의
- 1x: 그냥 하던대로 하는 사람들
- 10x: 9x supported by ChatGPT (shadow AI)
- 100x: 단순히 shadow AI 를 사용하는게 아니라 harness 를 동원해서 compute multiplier 를 창조하는 사람
이 기준에 따르면 나는 10x는 조금 넘는 것 같지만 100x라기엔 한참 멀었다. 그런데 내가 100x가 되기 위해 피똥싸기보다는 '영향 미치기'를 10x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 프로세스,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의미있고 재미있어 보인다.
눈떠보니 120x
어느새 8개월이 지났는데요. 대략 한 달 전부터의 제 상태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4개 제품 동시에 1인 개발. 하네스, 에이전트 검증 도구, iOS 앱 QA 도구, 조직용 에이전트(Ceal)
- 동시 개발이지만 각 제품의 개발 속도가 딱히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음. 사용자에게 가치있는 무언가가 산출되는 속도 기준, 2년 전보다 5배 정도는 더 빠른 느낌
- 평일은 일평균 16시간가량 원격 + 병렬로 3-6개 세션이 돌고 있음. 주말도 크게 줄진 않음
'1개 제품을 3명이 일 8시간 개발'하던 시절과 아주 나이브하게 비교해보니: 2배 업무시간 * 3인분 * 4개 제품 * 5배 속도 = 120이네요.
와, 그러면 이제 저는 120x 엔지니어가 된 걸까요? 분명 '100x 되기 위해 피똥싸기보다는' 이라고 했는데 기준을 그냥 넘어서버렸네요. 산술적으로도 그렇고, 정석님 정의대로 하네스 동원해서 멀티플라이어를 만들고도 있으니... 짝짝짝. 이제 발뻗고 자도 되나?
한계와 도파민
당연히 전혀 아닙니다. 나이브한 계산은 차치하고, 우선 예전에는 '돈 버는 제품'을 팀으로 개발한 거였고, 지금은 혼자 신규 제품을 만드는 상황. 레거시, 의사소통 비용, 고객 응대가 없으니 빠른 게 당연합니다. 속도 빨라졌다고 딱히 자만할 일도 아니죠. 게다가 만족하기에는 한계를 너무 많이 느끼고 있어요.
- 아무리 에이전트가 오래 돌 수 있게 해도, 결국 중요한 조율과 의사결정은 제가 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지적 에너지가 많이 들어갑니다.
- 업무시간을 줄이는 게 어렵습니다. $200 계정 2개가 계속해서 내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주간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하면 너무 아까워요. 어딜 가나 터미널을 지켜보며 그 어느 때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 x는 결국 상대적인 건데 저와 같은 선상에서 뛰고 있는 분들의 평균 수준이 극단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붉은 여왕의 딜레마.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도 미친듯이 달려야 합니다.
-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높아질수록 증명에 대한 압박이 커집니다. AX 엔지니어는 AX와 제품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개밥먹기로는 성과가 나기 시작했으나 아직 제품으로 매출은 못 내고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제품 구상과 개발은 3월부터라 3개월도 안 됐지만, AI 시대의 3개월은 훨씬 길잖아요.
인지 부하 때문에 너무나 피곤하지만, 그만큼 도파민이 터지는 시기이기도 해요. 요즘은 게임도 안하고 유튜브도 안 보고 그냥 개발을 합니다.
단순히 원래 하던 일을 몇 배 산출물, 또는 몇 배 속도로 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예전에는 할 거라는 상상도 못 한 일이 가능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프로그래밍 언어, 라이브러리, 도메인의 장벽이 작아졌으니까, 상상하는 건 뭐든지 시도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역할이 AX 팀 리드다 보니 조직 변화를 이끌어낼 때의 희열도 있고요(8개월 전에 썼던 '영향 미치기').
기승전-건강
다만 역시나 중요한 건 건강입니다. 체력이 있어야 에이전트를 돌릴 수 있으니까요. 배도 너무 튀어나오고 있어서... 얼마 전부터 난생 처음 식단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작년과 지금의 여러분을 비교하면 어떠신가요? 혹시 저처럼 건강과 생산성을 뒤바꾸시진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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