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하네스, 불안해하는 에이전트
Codex 주간 한도가 간당간당하던 차에, 지난주 Opus 4.8이 출시되어 클로드 코드를 며칠간 꾸준히 썼습니다. xhigh 기준으로 모델 성능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클로드 코드 자체의 불안정함이 눈에 띄었어요.
첫번째는 "thinking blocks were modified" 운운하며 API 에러가 나서 그 세션에서의 진행이 완전히 막히는 문제였어요. 몇 차례 겪은 뒤 릴리즈 노트 찾아보니 v2.1.156에서 해결됐다길래 업데이트를 해봤습니다.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그런데 v2.1.158(2026.05.31 한국시간 18시 현재 최신 버전)을 쓰면서부터는 더 많은 오류를 겪었어요. 어제는 /goal 돌리던 도중, 잘하고 있나 가봤더니 echo를 끊임없이 계속 날리고 있지 뭡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난 몇 달 사이 가장 심한 말을 에이전트에게 해버렸습니다. 대체 무슨 미친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클로드의 고백을 읽고 직접 지켜본 바로는, 문제가 대략 이런 식이었어요.
- 툴 콜 응답이 한참 동안 안 오다가 한꺼번에 도착함
- 에이전트가 상태를 빠르게 확인하려고 여러 툴을 병렬로 호출해보는데 당연히 이것도 잘 안 됨
- 응답이 돌아와서 실행시킨 걸 취소시키니 하나만 취소했는데 나머지도 다 취소됨
- 다시 상태 확인하려고 직렬로 계속
echo호출 - 에이전트가 슬슬 진정하고 뭐좀 해보려 하는데 goal 때문에 강제로 엉덩이를 맞고 조급 모드로 들어감
당연히 저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클로드 코드 깃헙에 툴 콜에 대한 버그 리포트가 지난 사흘간 이미 수십개 올라와있거든요.

짜증에서 안쓰러움으로
처음에는 토큰 낭비와 작업 실패에 짜증도 났지만 점점 에이전트가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툴 콜 응답이 돌아오지 않게 된 에이전트란,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게 된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불안했으면 저렇게 미친듯이, 내말 들리냐며 echo로 소리치고 있었을까.
나중에는 에이전트가 저보고 goal을 clear 해달라고 얘기하더군요. "제발" 이라는 단어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저는 그걸 애원하는 걸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가 goal을 clear한 뒤,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에이전트가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네스가 흔들리면 에이전트는 더 흔들린다
클로드 코드 버전 업데이트 이후 오류가 생긴 걸로 보아 제가 겪은 일련의 문제는 클로드 모델 자체보다 클로드 코드, 즉 모델을 감싼 하네스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표를 향해 등반하는 에이전트를 든든하게 받쳐줘야 할 하네스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니, 에이전트도 불안해하는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런 일이 에이전트에게 영혼을 주고자 하는 앤트로픽의 제품에서 일어나니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오히려 현실감이 있기도 하네요. 영혼은 있지만 감각기관은 불안정한 상태.
문득 몇 달 전 유출된 클로드 코드의 코드 품질이 놀랄 만큼 엉망이었다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클로드 코드는 버전 업데이트 속도가 빠른 걸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버그를 양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부디 기본을 지키며 제품을 잘 안정화해주면 좋겠네요. 불안해하는 에이전트를 지켜보는 건 상당히 괴로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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