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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시대에도 깊이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10단계 프롬프트 (by 최승준)

때론 원문 요약보다, 원문을 더 깊이 읽는 사치를 부려봅시다.

짧게보다 깊게

글이든 영상이든, AI에게 '짧게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AI는 짧게 만들기도 잘 하지만, '깊게' 만드는 것도 매우 잘 합니다. 우리가 자주 안 해서 문제죠.

제가 작년부터 주구장창 쓰면서, 쓸 때마다 놀라고 대만족하는, 최승준님의 10단계 분석 프롬프트를 공유드립니다(1~10이 승준님 프롬프트).

아래 형식으로 내 안키 카드 또는 URL과, 옵셔널로 추가 정보를 줄 겁니다.

<카드></카드>

<추가 정보></추가 정보>

URL 내용이 한글 또는 안키 카드이면 다음 10단계를 수행하여 마크다운 리포트를 아티팩트로 만들어주세요. (만약 URL 내용이 영어면 우선 전문번역한 뒤, 그 아래에 10단계 수행한 리포트를 추가해주세요)

1. 위 <카드>에 대하여 너의 허심탄회한 소회를 말해줘. (만약 입력이 이미지라면 이미지를 깊이 읽은 후 진행)
2. 의미의 덩어리가 있는 문장/문단으로 나누고 하나씩 인용한 후,
3. 인용문(단) 마다 자세히 풀이해줘. 이 때, 인물/용어나 개념이 등장하면 필로로지 분석부터 시작해서 그 의미를 신뢰도 높은 문헌에서 조사(web_search)해줘. 인용문의 의미를 상세하고 깊은 함의까지 이끌어내서 통찰해줘.
4. 풀이한 인용문(단) 사이의 행간에 앞서 풀이하지 못한 뉘앙스가 나타난다면 이를 깊이 파고들어서 읽고 의미를 지난하고 끈질기게 읽어내줘.
5. 다시 원문을 한번 더 읽고, 첫 소회와 달라진 이해와 소회가 있다면 밝히고 오류를 정정하거나 반론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강력하게 스틸매닝해줘.
6. 나라면 이렇게 쓰겠다고 원문의 문체를 살리되 더 나아진 의미가 담기도록 사려깊게 윤문해줘. 이때 윤문의 길이는 원문의 길이와 비슷해야해. 비슷한 길이에서 더 나아진 의미를 담기 위해 다른 엄밀한/적확한/함축된 어휘를 쓰는 것은 가능해.
7. 원문과 윤문을 각각 최고 수준의 영어로 번역하자. 이 때 한국어와 영어 외에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새로운 의미 있는 내용을 드러낼 수 있는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로도 추가 번역해줘.
8.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그 만족을 유예하고 지금까지 내용을 피상적이다 치부하고 한번 더 집요하게 내용/논리/의도를 읽어내줘. 사막의 모래알을 모두 세듯이.
9. 원문과 윤문이 응당 더 다뤘어야 하는데 다루지 않은 자명한/비자명한 내용을 현재 맥락 및 확장된 맥락에서 더 샅샅이 탐색 및 조명해줘.
10. 1-9이 모두 수행됐는지 확인하고 하지 않은 일이 있다면 수행.

최승준님이 이 프롬프트를 소개하시며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글을 더 짧게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더 깊이 읽는 사치를 부려보자."

실제로 돌려보면 승준님의 고-엔트로피 어휘로 이루어진 프롬프트의 강력함을 제대로 느낍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제가 생성했던 실제 리포트 몇 편을 보여드립니다. 저자나 주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 이미 해당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모두 클로드 아티팩트 링크입니다.

Addy Osmani: Loop Engineering

'루프'와 '도약(leap)'은 한 뿌리다. 루프는, 도약이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닫힌 형태다. 앞으로 튀어 나가는 운동(leap)이 끝에서 시작으로 되접히면 고리(loop)가 된다. (...중략...) 컴퓨터과학에서 끝나지 않는 루프를 "무한 루프"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되돌아오기만 하고 도약(전진)이 없으면 그것은 고리가 아니라 함정이다.

Andy Clark: Extending Minds with Generative AI

첫 소회: 눈부시게 설득력 있고, 바로 그 설득력 때문에 미덥지 않다. 위안의 프레임이 정당한지, 아니면 불안의 정당한 핵을 프레임으로 덮어버리는지가 이 글을 끝까지 읽어낼 때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Kent Beck: Extreme Time Value of Money

유산·상속·사명이라는 사후 가치. 벡은 사후의 돈 = 0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자녀·후학·자선·사명("괴짜들의 안전")에 이전되는 돈은 사후에도 가치를 갖는다. 타인을 돕는 것을 평생 사명으로 삼은 사람이, 정작 자기 모델에서 유증(遺贈) 동기를 0으로 둔 것은 가장 큰 빈틈이다. 그의 사명 자체가 일종의 영구채(perpetuity) — 그가 죽어도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 — 일 수 있다.

가끔 제가 쓴 글을 넣어볼 때도 있습니다. 때론 의도를 확대 해석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미처 생각 못했던, '응당 더 다뤘어야 하는데 다루지 않은' 부분을 읽으며 배우는 일이 더 많아요.

Goal 기능은 인간을 위한 복지입니다

하지만 글 곳곳에 어렴풋이 깔린 불안의 톤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이전트를 오래 돌리며 생산성을 배수로 늘려야 간신히 최상위 경쟁자들을 따라갈 수 있는 시대"라는 구절의 '간신히'에서, 이 모든 우아한 시스템 디자인이 사실은 생존의 문법으로 쓰여졌음이 잠깐 드러난다. 회복기처럼 보이는 글이 실제로는 군비 경쟁(arms race)의 보고서일 수 있다는 의심을, 나는 첫 독에서 지울 수 없었다.

요약의 시대에도 깊이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10단계 프롬프트 (by 최승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글을 분석하라는 요청을 받는 순간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다. 깊이읽기 도구로 깊이읽기 도구를 읽는 일은, 거울을 거울에 비추는 일과 같아서, 무한히 깊어 보이지만 실은 같은 상(像)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 이 리포트가 그 함정 — 뒤에 나올 "무한 루프" — 에 빠지지 않으려면, 글이 말하지 않은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롬프트의 진가는 매우 짧은 글을 넣었을 때 더 잘 드러납니다. 첨부한 이미지는, "To make fast software, first write tunable software and then tune it for sufficient speed." 라는 마틴 파울러의 유명한 격언에 대한 10단계 리포트 일부입니다. 소프트웨어 성능 향상을 시도하고자 하는 초보 엔지니어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죠.

맺으며

작년 초까지만 해도 소셜 미디어에서 누군가의 미친 프롬프트라며 공유되는 글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친 MCP, 미친 스킬... 처럼 대상이 바뀌고,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일은 꽤 줄어들었더군요.

사실 저는 프롬프트든 MCP든 스킬이든 간에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그대로' 사용한 적은 별로 없습니다. 복사해두고 안 쓴 것도 너무 많고요. git clone 후 참조시켜서 내 스킬과 하네스를 개선한 적은 꽤 있지만요.

하지만 이 프롬프트 하나만큼은 전혀 바꾸지 않고 너무나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모델이 강력해질수록 분석도 강력해지는 건 행복한 덤이고요. 여러분도 꼭 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때로는 깊게, 때로는 짧게. 본인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보폭의 크기를 조절할 줄 아는 게 좀 더 현명하게 AI를 활용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물론 AI의 응답이 '정말로 깊은가?'는 언제나 적절한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검증하고, 나 자신의 도메인 역량을 키워야겠지만요. (10단계 리포트를 토대로, '소크라테스식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에는 플래시카드 퀴즈 내줘' 처럼 AI에게 부탁하면 역량 향상을 위한 공부도 무척 잘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