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home: 집에서 과학 발전에 기여해보세요

SETI@home의 추억

SETI@home을 아시나요? 외계 지성체의 존재 여부를 탐색하기 위한 신호 분석 계산에 나의 컴퓨팅 자원으로 기여하는, 1999년 UC 버클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SETI@home을 실행한 컴퓨터에서 볼 수 있었던 화면보호기

저는 SETI 하면 고등학교 시절 매일같이 SETI를 학교 컴퓨터실에 설치하러 돌아다녔던 친구가 가장 먼저 기억납니다. 아마 컴퓨터가 매일 초기화됐을텐데, 그래서 그 친구가 설치도 매일 모든 컴퓨터에 했던 것 같아요. 저도 호기심에 조금 참여했었고요. '내가 외계인 발견을 도울 수 있다니!' 하며 살짝 뿌듯해했더랬죠.

SETI는 2020년도부터 새로운 계산 작업 할당이 잠정 중단되었는데요. 제가 재직중인 코르카에서 SETI와 유사하게 나의 자원을 이용해 과학 연구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코르카 CTO 강규영님이 만드신 SCIENCE@home입니다. 'AI 시대의 과학'을 테마로 한 녀석이에요.

AI 시대의 과학 연구에 대한 생각

이전에 코르카의 논문 읽기 도우미 '문라이트'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코르카에서도 'AI 시대의 과학'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고민들이었어요.

  1. 기존에는 논문이 발표되고 동료 리뷰를 받아야만 유의미한 과학 연구를 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AI를 이용해 훨씬 작지만 유의미한 연구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피드백 주기를 훨씬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까?
  2. 서로 다른 분야끼리 '연결'하는 것이 새로운 지식이나 가설을 발견하는 매우 주요한 경로이나, 기존에는 본인의 연구 분야만 깊게 파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에 이 경로가 충분히 자주 쓰이진 않았다. 그런데 인류가 이미 발견/정립한 지식은 굉장히 많으며 대부분은 웹상에 공개되어 있다. AI가 이러한 공개된 지식 사이의 연결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을까?
  3. 전 국민이 코딩 에이전트를 통해 '개발자'화 되고 있는 시대다. 일부 사람들은 토큰이 부족하다고 난리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은 본인 구독에 주어진 한도를 소모하지 못한다. 이러한 '남는 AI 토큰'으로 과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까? (물론 토큰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싫어하겠지만..)

SCIENCE@home 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 중 하나입니다. 이게 뭘 하는 제품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FAQ 페이지에서 발췌해서 소개해봅니다.

SCIENCE@home은 무엇인가요?

SCIENCE@home은 남는 LLM 사용량을 구조화된 과학 지식으로 바꿉니다. 기여자는 로컬 에이전트가 주장과 개념을 추출하고, 그래프 업데이트 제안을 검증하고, 관련 엔터티를 연결하고, 약한 레코드를 과제 단위로 개선하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 논문, 저자, 인용 네트워크 위에 의미 계층이 추가됩니다. 누가 누구를 인용했는지, 누가 누구와 함께 썼는지만 보는 대신, 서로 직접 인용하지 않는 분야 사이의 공통 개념, 관련 주장, 논문 간 관계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학제 간 연결을 더 쉽게 찾고, 인접 연구를 더 빨리 발견하고, 한 아이디어가 분리된 문헌들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추적하고, 멀리 떨어진 연구 공동체가 서로 비슷한 메커니즘을 다른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왜 SCIENCE@home이 필요한가요?

2억 3천만 편이 넘는 논문에서 의미 관계를 추출하고, 그 추출이 근거 있는지 검증하고, 다시 하나의 일관된 그래프로 연결하는 데에는 단일 중앙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프롬프트가 짧더라도 추출, 검증, 연결, 정제를 그 많은 논문에 곱하면 전체 비용은 매우 커집니다.

SCIENCE@home은 SETI@home과 비슷한 접근을 취합니다. 중앙 서비스가 혼자 모든 일을 하는 대신, 사람들이 이미 사용 중인 에이전트를 통해 작은 계산 조각들을 나눠서 기여하게 합니다. 개별 실행은 작지만, 함께 모이면 더 연결되고 더 검색 가능하며 시간이 갈수록 더 유용한 공개 과학 그래프를 만들 수 있습니다.

SCIENCE@home 을 시작하면 일어나는 일

MacOS나 Linux에서 SCIENCE@home 클라이언트(CLI)를 설치하면, 공개된 논문 수억 편에서 추출한 작은 '작업'들을 내 머신의 코딩 에이전트 CLI(claude, codex, gemini, ..)가 할당받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내 에이전트의 작업 결과가 제출되면 다른 머신의 에이전트들이 '동료 검토'를 해줍니다.

사용자들의 기여로 만들어진 지식 그래프는 퍼블릭 도메인 라이센스(CC0)로 공개됩니다. 이 지식 그래프는 https://sah.borca.ai/explore 에서 보실 수 있어요.

참고로 SCIENCE@home의 CLI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행하기 전에 인증, 과제 가져오기, 에이전트 실행, 제출이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머신에 설치된 코딩 에이전트를 '워커'로 사용하는 방식,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샌드박스 기반 실행 방식, 코르카에서 어떤 식으로 제품과 하네스를 만드는지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코드를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