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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직관을 키우기 위한 어린이날 선물

여은이에게 성장 마인드셋이 자리잡도록, 수학적/논리적 직관이 자라나도록 잘 돕고 싶습니다.

제 딸 여은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가족끼리 차로 이동하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인 걸 봤어요. 제가 "기름값이 너무 올랐네" 하니 여은이가 "만 원도 안 되는데 뭐가 비싸?"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물었죠. "저건 리터당이라서, 기름 꽉 채우려면 50리터를 넣어야 해. 2000*50이 얼마일까?"

한참을 고민한 여은이는 10만 원이라는 답을 맞혔습니다. 의기양양해져서 다른 문제를 내달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쉬운 거 내주다가 나중에 37*8 을 냈는데 또 한참 고민하더니 계속 틀린 답을 말하더군요.

답이 틀린 건 상관없으니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럼 아빠가 생각한 방법을 말해줄까 했더니 그것도 싫다고 했고요. 아빠가 자꾸 틀렸다고 해서 맘 상했다며 칭얼대다가 잠들었습니다.

여은이가 잠들고 나서 아내에게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수학적 직관 키우기'를 화두로 이야기를 꺼내봤어요.

2*5, 5*2, 2000*50, 50000*20000 이 모두 거의 똑같은 속도로 암산되지 않는다면 자릿수와 0, 교환법칙, 연산자의 의미 등의 개념이 안 잡힌 것이고(현재 여은이의 상태), 단순히 수학익힘책 풀듯 여러 연습문제를 풂으로써 이걸 깨닫길 바라는 건 그냥 우연에 기대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수학 교육을 이 방향으로 하고 있다면 바꿔야 한다. 정답보다 과정을 강조하면서 직관과 멘탈 모델을 키워주는 데 집중해보자. 물론 연습문제 푸는 것도 필요하긴 하나 너무 효율이 떨어진다. 직관이 생긴 상태에서 문제를 풀어보며 단단히 하는 것이라면 괜찮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어릴때 아주 재밌게 읽고 유익했던 위기철의 '논리' 시리즈(<반갑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고맙다 논리야>)를 어린이날 선물로 샀어요. 저는 초딩 시절 수학 연습문제를 풀기보다는 이런 책들과 김영사의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 시리즈, <수학은 왜?> 같은 이야기책들을 위주로 읽었고 이게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연산자와 집합(닫혀 있음) 개념에 대해 (덧셈과 자연수, 뺄셈과 정수, 나눗셈과 유리수를 엮어서) 직관적으로 설명해준 <수학 귀신>도 아주 좋았고요. 여은이는 <수학도둑>을 재밌어하지만 직관을 키우는 데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듯합니다.

한편 아내 입장은, '초등학교에서 어쨌든 단원평가를 비롯한 평가를 하는데, 여은이가 여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자존감이 낮아지고 속상해하는 게 걱정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문제풀이를 시키고 있다고요. 저도 충분히 공감은 됐지만, 그 걱정에 대한 해답이 그냥 익힘책 풀게 하는 거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어요. 즉 수학이 재미없고 어렵다는 심상이 괜히 생길까봐 다른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어찌 됐든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를 다 생각해야 하니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저는 평일에 같이 있는 시간이 짧고, 여은이의 주 양육자는 아내이니 아내의 의견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요. 아내는 자기부터 '논리' 시리즈를 읽어봐야겠다고 하더군요.

좋은 책을 사주는 건 그저 시작일 뿐이죠. 여은이가 정답보다 과정을 더 중시하게 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호기심이 넘치게 하고, 논리와 직관에 대한 이야기책을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런 쪽으로 가면 좀 더 고민이 많이 생깁니다. 아무튼 앞으로 주말에는 여기에 시간을 더 써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성장 마인드셋이 자리잡도록 잘 도와주고 싶어서요. 어제는 다른 놀이를 하느라 책을 못 읽어줬는데 오늘 밤에 다시 시도해보렵니다.

4/28 업데이트: 여은이가 <반갑다 논리야> 첫 챕터를 아주 재미있어했습니다. 😀